‘넓고 편한 부엌’ 1순위 주택업계 "안주인을 사로잡아라"

소비재구매 80% 여성이 좌우 디자인 등 감성·실용성 중시 개방적 컨셉·고급가전 ‘소구’ ‘여자가 원하는 것은?(What Does Women Want?)’ 이 주제는 동명의 영화까지 만들어졌을 만큼 아담과 이브 이래 오랫동안 남성들이 포착하려 애써왔던 수수께끼였다. 그런데 감각 있는 건축업자들이 그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를 포함해 몇 가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국 전체 모든 소비재 구매의 80%에 여성들이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올해 초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2005년 국제건축업쇼(International Builder’s Show)에서 연사로 나섰던 미니애폴리스의 ‘스미스-대머 어소시에이츠’사의 시장조사 컨설턴트인 조앤 스미스씨는 “여성들은 정말로 강력하다. 그들은 소득이 있고 교육을 받았으며 그것도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힘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고 2010년경이면 미국 내 개인자산의 60%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역토론토주택건축업협회(GTHBA)가 선정한 올해의 건축업체 ‘캐셰이 에스테이트 홈스(Cachet Estate Homes)’의 사장 데지 오시엘로씨는 여성들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잘 깨닫고 있다. “우리의 철학은 여성들에게 소구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스타일과 디자인 면에서 남성보다 더 감성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외관이라든가 설계, 마감처리 등에서 여성들에게 소구하기 위해 세부사항까지 신경을 쓴다”고 오시엘로씨는 말한다. “독신여성이 아닌 부부의 경우라 할지라도 여자 쪽이 집을 맘에 들어하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는 것. 커지는 우먼파워 그러나 주택건설업계를 상대하는 토론토 ‘가이드라인스 애드버타이징’의 사장이자 마케팅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레브먼씨는 남성들도 주택구입에서 좀더 능동적인 역할을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내 생각엔 남성들의 선호사항이 좀더 고려에 넣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가사부담의 상당부분을 남성들이 나눠지고, 아내들이 일을 하는 동안 집에서 아이들과 머무는 남자들도 더 많아지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성역할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성에 따른 구분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남성들이 소위 ‘여성적인 감성’을 갖는 데 대해 좀더 편안하게 느끼게 되면서 컬러나 디자인에도 점점 더 관심을 표하고 있다.” 그렇지만 레브먼씨는 자식들이 독립해나간 ‘빈둥지족(empty-nester)’들의 경우 여성들이 여전히 구매의 추진력이라고 말한다. “50대 이상의 시장에서는 여성들이 여전히 결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스미스씨는 여성들이 주택구입경험에 대해 남성들과는 전적으로 다르게 접근한다고 설명한다. “남성들은 우선사항을 결정하는 데 비해 여성들은 여러 작업을 병행한다. 남성들은 사회를 위계적이라고 생각해 지속적으로 자신들을 끌어올리길 바라는 반면, 여성들은 사회를 동료집단으로 바라보며 결정을 내릴 때 다른 이들의 견해와 생각에 가치를 둔다. 남성들은 적당한 해법을 구하고 자신들이 찾고 있는 우선적인 특징들을 가진 것을 선택하는 반면, 여성들은 좀더 세세한 세부사항에 주목하고 완벽한 답을 원하며, 그들이 바라는 특징들의 목록도 남성보다 더 길다.” 까다로운 소비자 한 콘도미니엄의 부동산관리인인 데비 래시코트씨는 3년 전 브램튼에 32피트 너비의 파이 모양인 대지에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했다. 이것은 래시코트씨가 10년 전 이혼한 후로 구입한 세 번째 신축주택이다. 이번 집은 딸인 아맨다씨와 공동소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래시코트씨가 자신의 딸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동안 소유했던 세 군데 집 모두에서, 래시코트씨는 방안에 욕실이 있어야 하고 침실이 3개여야 한한다는 점을 고집했다. 이것은 딸이 함께 살기 때문만이 아니라, 3베드룸 주택이 다시 팔 때 가치 면에서 2베드룸보다 더 낫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집에 대해 바라는 우선순위 목록은 지난 두 군데 집에서보다 현재의 집을 살 때 더 길었다. 그녀의 첫째가는 요구사항은 세탁실이 침실 가까이 2층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크고 기능적인 부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부엌에서 바라보이는 전망이 이 집을 구입하게 된 계기였다. 또 부엌이 집의 평수에 견주어 크다는 점도 맘에 들었다. 찬장이 많고 카운터도 넓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진한 푸른색 바닥 타일과 카운터탑으로 부엌장식에 얼마간 극적인 효과를 보탰다. 그녀가 바라는 요구사항 목록에서 세 번째는 건축업자가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 그녀가 원하는 변경사항을 반영해줄 수 있는가였다. 래시코트씨는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자신감 있는 구매자가 되었고 전보다 훨씬 더 잘 건설업자들과 밀고당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구매결정을 하기 전에 그녀는 여러 군데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끌리는 상품들을 면밀히 점검했다. 그러나 그녀는 해당 현장의 판매담당자가 그녀의 희망사항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느끼면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욕실은 방안에 스미스씨는 “여성들은 말재주로 속여넘기기엔 너무나 똑똑하다”고 설명한다. “집을 구입한다는 것은 감정적 측면이 있고, 여성들은 자신들이 오랜 시간동안 그들이 결정 내린 곳에서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래시코트씨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고 건물의 품질과 마감처리가 좋으며, 집 뒤편이 환경적으로 보호되는 지역에 부분적으로 면해있다는 점에 끌려서 현재의 2층 짜리 1,800평방피트 넓이의 집을 ‘비스타 홈스(Vista Homes)’로부터 구입했다. 이 집을 구입하기로 결정한 또다른 요소는 판매담당자와 좋은 관계를 설정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판매담당자는 래시코트씨의 생각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했고 그녀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용의를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래시코트씨는 ‘인벤토리 하우스'(한 프로젝트에서 판매하기로 나온 마지막 집)을 구입한 데다, 사전조사를 통해 이런 인벤토리 하우스를 구입할 경우 건설업체 측이 대개는 분양이 막 시작됐을 때에는 하지 않을 거래를 한다든가 고객의 요구대로 디자인변경을 해줄 태세가 돼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건설업체로 하여금 부엌 벽에 3피트를 더 추가하도록 했고, 패밀리룸 벽난로를 구석으로 옮기도록 했으며 워크인 샤워실 안에 조명을 설치하도록 했다. 래시코트씨에게는 멋진 마감처리도 중요하지만 건설의 품질도 핵심 고려사항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구조를 들여다보고 튼튼하고 견고한지를 살폈다. 나는 그들이 2×4인치 판자를 사용하는지 혹은 3×5인치 판자를 사용하는지, 혹은 얼마나 많은 조임쇠를 사용하며 바닥이 나사로 조여지는지 혹은 못질이 되는지 등까지 다 알고 싶었다. 이런 것들은 내가 결혼해 있었을 때는 절대로 질문하지 않았을 것들이었다.” 판자·못까지 체크 오시엘로씨는 자신의 회사에서도 독신여성 구매자들의 수가 “지난 4년 간 해마다 현저히 증가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 우리는 그것이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 유형의 주택들에서는 아주 명백한 하나의 경향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정보를 많이 수집해서, 마감처리를 선택할 때에도 미리 조사를 해서 대개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작은 규모의 타운하우스들이 독신여성 구매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지만, 그들은 그런 타운하우스들을 오시엘로씨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장소에서까지 구입하고 있다. 그는 “북부 윗비의 브루클린 마을을 생각하면 가족들이나 젊은 부부를 떠올리게 되지 독신여성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유형의 구매자들을 거기서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세미나에 또다른 연사로 나온 폴 포리스맨씨는 미국에 본부를 둔 설계회사 ‘디자인 베이직스’의 사업개발담당국장이다. 그는 여성구매자들이 마스터베드룸에 욕실이 있는 것보다는 부엌이 큰 쪽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성구매자들은 집안에 있는 다른 이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갖길 원한다. 그리고 부엌을 깔끔하고 정돈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판매촉진 요소가 된다.” ‘모든 것이 부엌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오시엘로씨도 동의한다. 그는 오픈컨셉 레이아웃, 아일랜드와 멋진 가전제품들이 여성들에게 소구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엌이 거의 다른 모든 방과 분리돼 있고 엄격하게 실용적이기만 했던 15년 전과는 디자인이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홈오피스·개인공간 그리고 포리스먼씨는 현재 남성보다 네 배나 많은 여성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그것이 틈새나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포켓오피스’라 할지라도 컴퓨터와 책상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여성들을 위한 이런 작은 홈오피스가 자리잡기 좋은 위치는 주택의 커뮤니케이션 중심지인 부엌 바로 옆이다. 포리스먼씨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여성들의 삶에서 넘버원 이슈”라고 말한다. 여성들이 마스터베드룸에 앉는 공간이라든가, 공예/취미실 및 스파처럼 호사스럽게 장식된 마스터 베드룸 욕실같은 개인적인 공간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포리스먼씨는 “욕실에 수납공간이 많아야 하고 문이 안 달린 샤워실이 청소가 쉽기 때문에 엄청난 유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여성이 배우자와 욕실을 함께 쓸 경우 세면대를 배우자의 것과 여성의 것이 높이가 다르도록 분리되게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오시엘로씨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래서 캐셰이 힐스의 새 마케팅 캠페인은 여성이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있다. 최소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또다른 경향으로는 세탁실을 차고로 들어가는 복도에서 옮겨 그 지점을 라커나 수납공간, 우편물과 열쇠를 놔둘 수 있는 ‘드랍존(drop zone)’ 겸 현관문을 쓰지 않고도 방문객들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포리스먼씨는 “여성들은 집이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이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그것은 옷장수납시스템이나 커다란 식품저장고, 세탁실 선반 등 정말로 활용도가 높은 수납공간이 많아야 한다는 점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또한 좀더 환경친화적인 주택들을 지향하는 추세를 몰아가는 추진력이 되고 있다. 포리스먼씨는 여성들이 에너지절약적인 업그레이드(예를 들어 열회복장치라든가 저에너지방출 아르곤가스 창문, 전압이 낮은 조명 등)와 재활용 센터 및 정수시스템과 에너지스타 가전제품 등의 특징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자료: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