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택해도 캐나다” 토론토 한인이민자·기러기가정 절반이상

김현영 요크대 사회학교수 주도 422가구 대상 설문조사 분석 “캐나다에 정착했거나 장기체류 중인 한인들의 절반 이상이 선택에 만족하고 있으며 60% 이상은 다음에 다시 같은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캐나다를 택하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상은 정부의 한인이민자 유치를 돕기 위해 국내 한인학자 8명이 참여한 이민자 실태 연구조사 결과의 일부다. 현재 연구진은 지난 1년여 동안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통계자료를 분석 중이다. 조사책임자(Principle Investigator) 자격으로 이번 연구를 지휘하고 있는 김현영(Ann·38) 요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조사결과 밝혀진 몇 가지 사실들을 공개했다. *한인교수 8명 참여 ‘토론토 한인가족 연구(Toronto Korean Families Study 2010)’는 김현영 교수가 주도하고 곽민정 요크대 교수, 노삼열·이은정 토론토대 교수, 윈저대 박완수 교수 등 8명이 참여했다. 처음부터 정착을 목적으로 이민한 한인가정(intact family)과 자녀 조기유학 등을 위해 단기간 머무르는 가정(transnational family)을 비교, 이들의 차이점이 이민전략에 제시하는 여러 가지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목표였다. 연구진은 전국사회인문학연구위원회(Social Science and Humanities Research Council)가 3년 동안 지원하는 9만9천 달러로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기러기’라는 표현이 요즘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안 좋은 의미도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공식명칭으론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이하 기사에서는 독자들의 이해편의상 ‘일반가정’과 ‘기러기가정’으로 구분). *정착 만족도 조사에 응한 일반가정과 기러기가정의 55%가 캐나다 생활에 만족을 표시했다. 특히 약 42%의 일반가정과 49%의 기러기가정은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65%의 일반가정과 60%의 기러기가정은 “다음에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조사 전부터 어느 정도는 예측했던 것들도 있고 예측과 상반된 결과도 있었다”면서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작업을 막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60~70년대에 정착한 ‘선배’들과 달리 오늘날 캐나다를 찾는 한인이민자·장기체류자들은 ‘이동가능성(mobility)’이 높다. 다시 말해 제3국으로 옮기거나 모국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기존 이민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 초기이민자 대다수는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처음부터 접었다. 새 터전에서 뿌리내릴 각오로 고향을 떠났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민 가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혹시라도 고국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은 상황이 다르다. ‘투자·경제이민’으로 정착한 사람들이 많고, 한국에 부동산 등 재산을 두고 온 사람들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 조기유학 온 자녀를 따라온 기러기가족은 일정기간 후 귀국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들 가운데 영주권을 받아 정식으로 이민한 가정들 중에서도 약 절반 정도는 “돌아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민자의 절반 정도가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민자를 계속 받아야 하는 캐나다 입장에서는 한인이민자를 유치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연방정부는 더 많은 한인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도입해야 할까? *윈저에서 사전조사 김 교수는 “설문조사는 지난 5월 끝났다. 이를 분석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는는 당초 기대했던 400가구보다 많은 총 422가구가 참여했고, 이 중 37%에 해당하는 155가구가 이른바 기러기가족이었다. 연구팀은 조사업무를 직접 담당한 15명을 임시로 채용했었고, 연구원 김영아씨가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았다. 연구대상은 ◆2000년 1월~2009년 12월 캐나다에 도착하고 ◆캐나다 이주 당시 기혼이며 ◆만 5~18세 자녀를 동반한 한인가정이었다. 연구팀은 본격 조사에 들어가기 전 온타리오 윈저에 거주하는 ‘기러기엄마’들을 대상으로 시험 인터뷰를 했다. 주로 방문자인 이들은 5년 이상 체류할 생각이 없었고, 남편과 다시 합칠 계획이었으며,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것에 자신의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이들은 기존 이민자들에 비해 캐나다에 대해 인터넷으로 미리 조사한 경우가 더 많았고, 영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자녀가 타 인종과 결혼할 가능성 등에 대해 이민자들만큼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기러기’ 표현 부적절? 김 교수는 “초반에 공식명칭을 놓고 고민했었다. ‘기러기’란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으로 인해 다른 표현을 찾다가 결국은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의미의 ‘초국적 가족(transnational family)’으로 의견을 모았다. 일반가정은 부부가 함께 있다는 의미로 ‘인택트(intact)’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토론토 한인사회의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단, 이같은 연구를 통해 한인사회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통점과 차이점 이번 조사를 통해 연구팀은 일반가정과 기러기가정이 모국과 갖고 있는 사회적(가족, 친지와 지인), 문화적(TV, 신문, 잡지 등등) 연결고리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서 한국 TV를 시청하고, 한국 신문을 읽고, 한국에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하고, 선물을 보내는 비율이 거의 비슷했다. 반면 한국에 있는 재산이나 경제적 능력은 일반가정과 기러기가정 사이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재산을 정리하고 올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 자녀를 조기유학 보낼 능력이 있는 가정은 경제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가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감정적(emotional) 차이도 두드러졌는데, 아무래도 기러기가정에 속한 사람들이 모국으로 되돌아가고픈 마음이 더 앞섰다. 김 교수는 “역시 예측했던 결과지만, 기러기가정에 비해 일반가정들이 캐나다에 영주할 계획이 더 뚜렷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일반가정 중에서도 약 절반이 모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볼 때 ‘영주이민(permanent immigration)’에 대해 너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민정책 반영 유도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궁극적으로 캐나다 이민정책에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김 교수는 “아마도 보다 많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열쇠일 것 같다. 연방과 주정부들이 전문가들의 해외경력을 보다 신속하게 인정해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이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도 대다수 고용주들은 ‘캐나다 경력’을 원하고, 많은 이민자들이 아직도 제도적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각급 정부들은 이민정책과 노동시장 현실과의 적지 않은 차이를 계속 좁혀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민자들이 좋은 직장도 필요할 뿐 아니라 가족·친지와 함께 생활하기를 원한다는 사실도 인정, 가족을 적극적으로 초청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에 주는 의미 이번 연구가 한인사회에 주는 의미도 있다. 김 교수는 “체계적 연구를 통해 우리 자신과 가족, 커뮤니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늘리면 부정확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 일례로 이번 조사 중 대다수 해당여성들이 ‘기러기엄마’로 표현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한인들은 서로 돕고 감싸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연구를 포함한 많은 유사한 연구를 통해 커뮤니티 단체·조직들이 이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치인들을 포함한 주류사회 지도자들에게 한인커뮤니티의 상황을 홍보하고, 우리 경험을 비한인들과 나눌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오는 10월이나 11월 중 이번 프로젝트를 한인사회에 소개하기 위한 포럼을 마련하고, 이때 캐나다 대학생활의 면모를 한인부모들에게 소개하는 설명회도 병행할 계획이다. *김현영 교수는? 지난 1999년 본보가 마련한 특집 시리즈 ‘21세기를 향해 뛴다: 주류사회 도전 한인 젊은이들’을 통해 처음 소개되던 당시 김 교수는 스카보로의 ‘이민자지원기구 네트워크’에서 소셜워커로 근무하고 있었다. 김봉균·선우혜숙씨의 1남1녀 중 막내로 2살 때인 1975년 이민 온 김 교수는 토론토대에서 사회학과 범죄학을 전공했고, 소셜워크 분야의 석사학위(MSW)를 받았다. 한동안 소셜워커로 근무하다가 미국의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와 2006년부터 요크대 사회학과에서 조교수(assistant professor)로 강단에 섰다. 4살 된 쌍둥이형제의 엄마이기도 한 김 교수는 한인요양원 ‘무궁화의집’ 기금모금을 담당하는 자매단체인 ‘무궁화홈스’의 이사로도 활동한다. 남편인 변호사 피터 홍씨는 오랫동안 본보 고정필자로 활약했던 고 홍준수씨의 아들이다. (자료:캐나다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