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 재외동포는 무엇이 달라지나? 복수국적 허용 확대가 가져올 변화

(토론토) 최근 한국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복수국적 허용 확대 방안이 전 세계 재외동포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는 이 논의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삶의 선택지 자체를 넓히는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야 제도적 문이 열리고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적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를 ‘찬반’의 문제로 단순화하기보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인 신분’에서 ‘국민 신분’으로… 체감 변화는 분명하다

복수국적 허용 확대가 가져오는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법적 신분의 전환이다.
현재 캐나다 시민권을 획득한 교민 다수는 F-4 비자 등 외국국적동포 신분으로 한국을 오가고 있지만, 복수국적자가 될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게 된다.

이 변화는 행정·생활 전반에서 즉각적인 차이를 만든다.
주민등록번호 부여를 통해 금융, 의료, 통신, 공공서비스 이용 시 반복적인 본인 인증 절차가 사라지고, 체류 기간이나 비자 갱신에 대한 부담도 없어진다. 비자 갱신이나 체류 기간 제한 없이 언제든 입출국과 장기 체류가 가능해진다. 한국에 머무는 권리가 ‘허가’가 아닌 헌법적 권리로 보장되는 셈이다.

정치적 권리 역시 달라진다. 대선과 총선에서의 투표권은 재외동포 정책에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세금은 내지만 결정권은 없다”는 불만을 제기해 온 일부 동포들에게는 상징적인 변화다.

복수국적에 엄격한 국가들… 동포 사회의 ‘온도 차’

실제로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을 비롯해 일부 유럽·중동 국가들은 복수국적을 불허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거주하는 동포들 사이에서는 “제도가 열려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복수국적을 폭넓게 허용하는 국가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더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기존 시민권을 유지한 채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어, 제도적 충돌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캐나다 교민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 캐나다는 복수국적을 명확히 허용하는 국가다. 캐나다 시민권자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거나 추가로 취득하더라도 기존 시민권이 자동으로 박탈되거나 제한되는 구조가 아니다. 이 때문에 토론토를 비롯한 캐나다 한인 사회에서는 “제도만 잘 정비된다면, 선택 부담보다는 선택 폭이 넓어지는 쪽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캐나다·호주 등 서구권 국가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복수국적 확대는 제도적 리스크보다 실익이 더 분명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외부 제도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형평성에 대한 한계가 자칫 차별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적을 얻어도 ‘비거주자 기준’은 유지… 오해는 경계해야

다만 복수국적이 모든 제도적 차이를 자동으로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세금과 건강보험 문제는 여전히 ‘거주 여부’가 핵심 기준이다.

캐나다에 계속 거주하는 복수국적자는 한국 세법상 ‘비거주한국인’으로 분류되며, 부동산 양도세 비과세 등 주요 혜택은 실제 국내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적용된다. 건강보험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국내 체류 6개월 이상이라는 요건이 적용된다. 국민 신분일 경우 외국인보다 가입과 유지 절차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분명하다.
국민 신분일 경우 외국인보다 행정 절차가 단순하고, 제도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도 적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생활하려는 은퇴 세대에게 중요한 요소다.

정부에 필요한 것은 ‘확대’보다 ‘정교한 설계’

전문가들은 복수국적 허용 확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령 하향이나 대상 확대보다 사전 정보 제공과 제도 정합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기본적인 사안들이 병행되어야 제도 자체의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다.

• 상대국 국적 상실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안내
• 세무·건강보험 적용 기준의 투명한 설명
• 재외동포 대상 맞춤형 가이드라인 제공

선택권을 넓히는 제도라면, 선택의 결과까지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의견이다.

‘부담’이 아닌 ‘현실적인 선택지’로 가기 위해

복수국적 허용 확대는 재외동포에게 한국을 ‘방문 가능한 조국’에서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생활 기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캐나다 교민들에게는 제도적 충돌 위험이 낮고, 실익이 비교적 명확한 선택지로 평가된다.

다만 국적은 상징이 아니라 법과 생활의 문제다. 제도가 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이 자신의 거주국 제도와 삶의 계획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와 제도가 함께 준비되는 것이다.

이번 복수국적 논의가 재외동포에게 잘 설계된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 정교화를 기대해 본다.

토론토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