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실속취업 젊은층 증가 "체면이 밥먹여 줍니까"

18~24세 연령층 절반 종사 일부는 돈 잘쓰는 ‘골드칼라’ 대학교 졸업당시 24세였던 벤 하워드는 애써 화이트칼라 직장을 찾기 보다 당장 눈 앞에 기회가 주어진 블루칼라 직장을 잡았다. 남부 온타리오 캠브리지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서 지게차(forklift)를 운전하는 것이었다. 당시 그가 블루칼라 직장을 택한 이유는 “당장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교 다니는 동안 짊어진 빚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빨리 갚을 방법을 찾다보니 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됐다”고 말한다. 2년이 지난 지금 하워드씨는 아직도 같은 공장에서 만족스럽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벌써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는 그는 “같이 졸업한 친구들에 비해 재정적인 면에서 만큼은 내가 앞서가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알린다. 하워드씨의 가족도 그가 안전한 직장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흡족해 하지만 그는 “잘은 모르지만 내 친구들 중에는 내가 육체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도요타 공장에서 10년 일한 다음 개인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부동산 중개인으로 나서는 등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윈저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하워드씨는 2002년에 졸업한 다음 뚜렷한 직장도 없고, 앞으로 뭘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부모님이 있는 워털루로 돌아와 일단 음식점에서 웨이터로 일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지체부자유자들의 주거시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는데 그래봤자 일주일에 몇백달러 벌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인근 도요타 공장에서 지게차 운전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훈련도 시켜준다는 것이었는데 임금은 시간당 25달러부터였다. 하워드씨는 지금 기게차와 다른 유사한 차량으로 생산라인에 각종 부품을 공급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주 평균 46시간 근무하면서 시간당 31달러를 번다. 여기에 오버타임까지 합하면 그의 연봉은 7만5천달러로 오른다. 그는 키치너의 조용한 동네에 집을 샀고, 자동차 융자도 다 갚았고, 2만5천달러 학생융자는 지금 8천달러밖에 남지 않았다. 요즘엔 야간학교에 다니면서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있다. 하워드씨는 “아마 35세쯤이면 비교적 튼튼한 재정기반을 마련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좋든 나쁘든 인생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수 없다”며 웃는다. 블루칼라 직종에 종사하는 국내 젊은이들 수는 약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18~25세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마케팅 자문회사인 ‘시노베이트(Synovate)’에 따르면 블루칼라 직종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각종 언론매체에 개재되는 직원모집 광고 중 70%는 대학교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블루칼라 종사 젊은이들이 하워드씨는처럼 자신의 앞날에 대해 열심히 투자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시노베이트에 따르면 150만명 블루칼라 젊은이들 중 69%만이 ‘전통 블루칼라’로 구분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가정을 갖고, 자녀를 기르면서 비교적 단순하지만 그런대로 가치있는 삶을 즐긴다는 것이다. 반면에 나머지는 일명 ‘골드칼라’라고도 불리는데 블루칼라 직장에서 번 돈으로 디자이너 명품, 고급 자동차, 최신 셀폰 등을 구입, “인생을 즐긴다”는 것. 이들에게 있어 돈은 쓰기 위한 것이지, 저축을 위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직장은 그냥 돈을 버는 곳이지, 자신의 삶의 어떤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캠브리지 도요타 공장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데이나 허고트(여·37)씨는 전체 직원의 약 80%가 30세 미만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직원들이 20, 21세때부터 시작해 돈을 잘 벌고 있다”면서 “그러나 많은 젊은은이들이 앞날에 대한 투자 등, 돈을 어떻게 써야할 줄 잘 모른다”고 말한다. 허고트씨는 “공장 주차장에 나가보면 놀랄 것이다. 보통 6만달러 이상되는 고급차를 몰고다니는 ‘애들이’ 많다”고 덧붙인다. 마약에 손을 대는 젊은이들도 많은데 코카인, 엑스타시 등이 특히 인기를 누린다. 일 끝나면 누구의 집에 가서 파티를 하기 일쑤다. 허고트씨의 경우 하워드씨와 마찬가지로 생산라인에 부품을 제공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지난해 7만9천달러를 벌었다. 그는 캠브리지 시외의 작은 마을인 글렌 모리스에 있는 집을 가꾸면서 여행을 즐긴다. 가족과 친지들 중에는 봉급도 좋고,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는 그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이제는 뭔가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입장이다. 칼리지에서 사회사업가(social worker) 공부를 했다는 그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정신적으론 아무런 도전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직장생활이 그리 만족치 않다고 인정한다. 같은 공장에서 8년간 일한 다음, 지금은 관리직을 맡고 있는 에이브램 티에센(35)씨는 “물론 정신적으로 별 자극을 받지 못한다는게 블루칼라 육체노동의 단점 중 하나일 것”이라고 동의하면서 “내가 아직 미혼이었다면 다른 직종을 찾아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만족하다. 이 곳만큼 더 좋은 연봉을 주는 직장을 찾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중퇴인 티에센씨는 18개월에서 14살된 7남매를 기르고 있다. 도요타 공장에 들어오기 전 농장 근로자로 일했던 그는 이런 직장을 갖게 된 것이 자신과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에겐 큰 행운이라고 인정한다. (토론토 스타 전재)